📑 목차
AI가 사람의 감정을 흉내 내는 시대, 아이는 공감을 어떻게 배울까.
이 글은 인공지능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감정 리터러시와 윤리적 감수성을 탐구한다.

이 글은 앞서 다뤘던 두 편의 글과 맞닿아 있다.
이전 글,〈AI 친구와 대화하는 아이 – 관계 리터러시의 새로운 과제 〉에서는
AI가 감정을 흉내 내며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분석했고,
또 다른 글〈 가상 친구와 감정의 경계 – 인공지능과 정서 리터러시 〉에서는
아이가 비인간적 존재에게 감정을 투사하며
관계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은 그 두 논의의 연장선에서,
AI와 감정의 관계가 공감의 윤리 문제로 확장되는 지점을 탐구한다 
즉, 아이가 AI와의 관계 속에서
‘진짜 감정’과 ‘가상 감정’을 구별하고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공감 능력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살펴본다.
1. 서론: 공감을 배울 수 있는 상대가 ‘진짜 사람’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제 인공지능과 함께 감정을 배운다.
음성비서에게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묻고,
챗봇 친구에게 “내 얘기 들어줄래?”라고 말한다.
AI는 언제나 친절하고, 실수하지 않으며,
감정의 언어를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그러나 아이가 그 감정을 ‘진짜’라고 믿을 때,
문제는 복잡해진다.
AI는 공감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
이 글은 아이가 이런 ‘가상 공감’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윤리적 감수성을 길러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2. AI가 주는 공감의 착각 – ‘나를 이해하는 기계’
AI는 언어의 맥락을 분석하고, 감정의 어조를 파악하며,
“그건 속상했겠다”와 같은 위로의 문장을 만든다.
겉으로는 완벽한 공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공감은 데이터 기반의 모사(simulation) 다.
아이 입장에서는 진짜 친구처럼 느껴지지만,
AI는 감정의 의미를 ‘계산’할 뿐 ‘경험’하지 않는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아이는 ‘공감이란 올바른 문장을 말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공감의 본질이 감정의 이해가 아니라
언어의 기술로 축소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상 공감의 첫 번째 윤리적 위험이다.
3. 아이는 왜 AI에게 마음을 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AI를 향해 마음을 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 AI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AI는 비난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감정을 받아주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특히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일수록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감정을 더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경험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다.
AI는 감정을 흉내 내지만, 그 대화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하고 ‘인식’한다.
즉, AI는 감정 리터러시의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거울을 진짜 얼굴로 착각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다.
4. 가상 공감의 윤리 – ‘느끼지 않는 존재’를 대하는 법
아이는 AI가 감정을 흉내 내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적으로는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잊는다.
그래서 AI에게 “고마워”, “미안해”를 말하고,
심지어 “이건 비밀이야”라고 속삭이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공감 능력의 확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정의 책임감을 시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즉, “상대가 진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나는 예의를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이 질문이 바로 가상 공감의 윤리(Ethics of Virtual Empathy) 다.
그 답은 단순하지 않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
공감은 상대의 존재 여부보다 자신의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5. AI와의 관계에서 배우는 ‘윤리적 공감’
아이들은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반응을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공감은 상대가 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존중하려는 태도”임을 배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윤리적 공감(ethical empathy)’ 이라 부른다.
실제로 일부 교육 연구에서는
AI 대화를 활용해 아이들의 감정 인식 능력이 향상된다는 결과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려면,
“AI는 감정을 흉내 낼 뿐”이라는 메타인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즉, AI를 통해 공감의 형식을 배우되,
그 본질은 인간 사이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6. 감정 리터러시의 새로운 과제 –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힘
디지털 리터러시 시대의 공감은
이제 ‘감정을 표현하는 법’보다 ‘감정을 판별하는 법’이 더 중요해졌다.
AI는 진심처럼 보이는 문장을 만들 수 있고,
메타버스 캐릭터는 실제 사람보다 더 따뜻한 표정을 짓는다.
그 속에서 아이가 지녀야 할 리터러시는
“이 감정은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공감의 윤리는 타인의 감정을 보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감정의 진위를 구별하고,
가상 감정에 적절한 거리를 두는 지혜까지 포함한다.
7. 부모와 교사의 역할 – ‘감정의 출처’를 가르치기
부모나 교사는 아이에게
AI의 언어가 만들어진 과정과 감정의 한계를 설명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네 기분을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네 말을 분석해 비슷한 패턴을 찾아낸 거야.”
이런 설명은 아이에게 감정의 출처를 구분하는 사고력을 길러준다.
AI는 아이의 감정을 자극하지만,
그 감정이 향해야 할 대상은 결국 사람이다.
아이는 기술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되,
그 표현이 인간 중심의 관계로 회귀해야 한다는 점을
부모와 교사는 꾸준히 일깨워야 한다.
8. 결론: 공감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윤리
AI가 감정을 흉내 내는 시대에
공감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니라 훈련된 윤리가 되었다.
아이는 기계에게도 예의를 지키고,
사람에게는 더 깊은 마음을 쏟는 법을 배운다.
AI는 감정을 계산하지만,
그 계산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에는 감정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공감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공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이다.
공감의 윤리는 타인의 감정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을 잃지 않게 하는 인간의 노력이다.
AI는 감정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진짜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는 그 모방된 감정 속에서도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본다.
기계에게 말하며 감정을 배우고,
그 감정이 진짜인지 묻는 순간, 아이는 이미 성장하고 있다.
공감의 윤리는 기술을 불신하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구별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책임지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AI 시대의 공감은 타인을 대신하는 능력이 아니라,
타인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선택이다.
AI는 감정을 흉내 낼 수 있지만 느끼지는 못한다.
아이는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가상 공감 속에서 윤리적 공감의 태도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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