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소셜 게임은 점수보다 관계가 중심인 새로운 놀이 구조다.
이 글은 아이가 소셜 게임 속에서 협력·신뢰·공감을 배우며
관계 리터러시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탐구한다.

1. 서론
‘소셜 게임(Social Game)’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용어를 단일한 장르로 규정하지 않는다.
핀란드의 게임연구자 프란스 메이라(Mäyrä, 2008) 는 소셜 게임을
“플레이 경험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정의했다.
즉, 단순히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상호작용성 자체가 게임의 목적이 되는 구조다.
예스퍼 율(Juul, 2010) 은 이를 “경쟁이나 점수보다 타인과의 연결을 핵심 보상으로 삼는 게임”이라 했고,
웡(Wohn)과 워시(Wash, 2011) 는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계 유지와 교류를
플레이의 동력으로 삼는 게임”이라 설명했다.
또한 파아빌라이넨(Paavilainen) 등(2017) 은
“친구 초대, 선물, 협력 등 사회적 기능을 중심으로
SNS 플랫폼과 통합된 게임”으로 기술적 측면을 강조했다.
이처럼 ‘소셜 게임’은 MMO, 샌드박스, 싱글플레이처럼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게임의 사회성(sociality) 이 두드러진 플레이의 속성적 범주에 가깝다.
즉, 소셜 게임이란 다수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기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관계를 확장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연결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된 게임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게임, 포켓몬고, 로블록스의 협동 미션,
모바일 협력 퍼즐류 등은 모두 이런 맥락에 놓인다.
이러한 게임들은 단순히 친구를 초대하거나 순위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 연결 기능 자체를 주요 콘텐츠로 삼는 특징을 지닌다.
플레이어는 점수를 쌓는 동시에 관계를 쌓고,
성과를 공유하면서 우정을 유지한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경쟁보다 ‘관계 맺기의 규칙’과 ‘협력의 문법’ 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게임이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설계하고 재현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아이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관계 리터러시,
즉 타인과 연결되고 신뢰를 유지하며 사회적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배워가는지를 살펴본다.
제목에 등장한 ‘소셜 게임’은 그래서 특정 장르가 아니라,
‘사회성을 다루는 게임’,
즉 인간관계 자체를 핵심 경험으로 설계한 게임을 의미한다.
2. 관계 리터러시의 개념 – ‘관계를 읽고 쓰는 능력’
리터러시는 원래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리터러시는 관계와 감정, 사회적 신호를 해석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관계 리터러시(Relational Literacy) 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읽고,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며,
관계를 유지·조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감정 리터러시가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면,
관계 리터러시는 ‘사람 사이의 거리와 균형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 개념은 단순한 사교성(sociability)이 아니라,
디지털 상호작용 속에서도 존중·신뢰·공감의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판단력을 포함한다.
3. 소셜 게임의 구조 – ‘함께 한다’는 경험의 설계
소셜 게임은 관계를 학습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를 지닌다.
첫째,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혼자서는 미션을 완료할 수 없고, 친구의 도움이나 협력이 필요하도록 설계된다.
둘째, 공유 가능한 성취(shared achievement).
점수나 보상이 개인의 성과로만 남지 않고,
함께한 팀 전체의 결과로 나타난다.
셋째, 감정 피드백(emotional feedback).
칭찬, 선물, 응원, 이모티콘 등 사회적 신호가 즉각적으로 교환된다.
이 세 가지 구조는 아이가 관계 속에서 행동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즉, 소셜 게임은 사회적 기술을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는 작은 사회’ 역할을 한다.
4. 협력의 학습 – 함께 성공하는 경험
아이들은 소셜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협동을 배운다.
예를 들어, 친구의 캐릭터를 도와주는 행위는
단순한 게임 전략이 아니라 상호보상(mutual aid) 의 경험이다.
심리학자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행동은 관찰과 모방, 그리고 사회적 보상에 의해 강화된다.
소셜 게임은 이 과정을 시각적이고 즉각적인 형태로 제공한다.
‘함께 이겼다’는 성취감은 단순한 점수보다 강력한 보상이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는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만족으로 연결하는 능력,
즉 공유된 성취의 감정 리터러시를 발전시킨다.
5. 경쟁의 윤리 – 비교보다 인정의 문화
소셜 게임은 협동과 함께 경쟁을 포함한다.
랭킹, 순위, 점수는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경쟁 속에서도 공정성과 인정(recognition) 을 배우게 된다.
승패가 명확히 가려지는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하거나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관계 유지형 경쟁(constructive competition) 의 핵심이다.
이때 게임은 단순한 승부의 장이 아니라,
‘경쟁의 사회적 문법’을 익히는 공간이 된다.
즉, 소셜 게임의 경쟁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성숙한 사회성의 훈련장이다.
6. 신뢰의 축적 – 반복된 도움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
소셜 게임의 가장 강력한 사회적 기능은 신뢰의 경험이다.
‘오늘은 내가 도와줄게’, ‘내일은 네가 나를 도와줘.’
이런 단순한 교환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상호 호혜(reciprocity)의 구조를 체험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관계적 신뢰(Relational Trust)’라 부른다.
한 번의 협력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이어지는 행동의 일관성이
신뢰를 강화한다.
게임 속 친구가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본 아이는,
현실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게 관계를 지키는 일”임을 체감한다.
이 경험은 공감이나 예의처럼 언어로 가르치기 어려운
윤리적 감각의 학습으로 이어진다.
7. 관계의 감정 리터러시 – ‘읽고, 표현하고, 조정하는 법’
관계는 항상 순조롭지 않다.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친구의 요청을 거절해야 할 때도 있다.
소셜 게임은 이런 감정의 미묘한 갈등을 시뮬레이션한다.
아이는 상대의 메시지를 읽고, 감정을 추론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선택한다.
이때 발달하는 것이 바로 관계적 감정 리터러시다.
즉,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맥락적 공감(contextual empathy) —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한 감정 표현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실제 사회생활에서
협상, 조율, 대화 능력의 토대가 된다.
8. 부모와 교사의 역할 – 관계의 언어를 대화로 번역하기
부모나 교사는 소셜 게임을 단순히 ‘온라인 놀이’로 보기보다
관계의 문법이 실험되는 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오늘 누구랑 팀이었어?”
“그 친구가 도와줬을 때 기분이 어땠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게임 속 경험을 언어로 정리하며 관계 감각을 구체화한다.
이 대화는 ‘현실과 가상의 관계’의 경계를 구분하게 하고,
게임에서 배운 사회적 기술을
현실의 인간관계로 옮기는 교두보가 된다.
즉, 어른의 역할은 통제자가 아니라
관계 경험의 해석자(interpreter of experience) 다.
9. 결론 – 관계를 설계하는 놀이의 시대
소셜 게임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그것은 ‘연결’이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설계한 놀이 구조다.
아이는 그 속에서 협력하고, 경쟁하고, 신뢰하며, 감정을 표현한다.
결국 배우는 것은 점수를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다.
소셜 게임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대체하지 않지만,
그 관계를 연습하고 다듬는 디지털 사회성의 학교다.
관계 리터러시는 이 작은 사회에서 자라나
현실의 공감과 신뢰로 이어진다.
연결이 단순한 접속을 넘어 우정이 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아이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소셜 게임은 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된 놀이 구조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협력, 신뢰, 공감을 배우며
디지털 시대의 관계 리터러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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