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아이는 게임 속 아바타를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자아로 경험한다.
이 글은 디지털 공간에서 아이가 자아를 확장하고,
정체성과 감정을 학습하는 과정을 리터러시 관점에서 분석한다.

1. 서론: 아바타는 ‘가상의 나’가 아니라 ‘확장된 나’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는 하나의 이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의 자신, SNS의 자신, 그리고 게임 속 자신이 함께 공존한다.
특히 게임 속 아바타는 단순히 장식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보여주고 싶은 나’를 동시에 담은 존재다.
이전 글< 아바타와 자기 인식 – 디지털 정체성을 배우는 아이들 >에서는
아이가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실험하는 방식을 살펴봤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보다 더 깊은 주제 —
아바타를 매개로 한 자아의 성장과 내면적 리터러시의 형성 과정 — 을 이야기한다.
아바타는 이제 하나의 놀이를 넘어,
아이의 심리적 발달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2. 아바타는 ‘선택의 기록’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 자신이 직접 외형을 선택하고 이름을 짓는다.
색깔, 옷, 표정 하나까지도 모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자기표현이다.
그 선택의 과정은 곧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를 묻는 자기 탐색이다.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아바타 디자인에는
현실의 자기상(self-image)보다 이상적 자아(ideal self) 가 더 강하게 반영된다.
McKenna & Bargh(2000), Psychological Bulletin — 온라인 자아 표현은 이상적 자아 지향.
즉, 아이는 ‘지금의 나’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디지털 아바타는 자기 정체성을 조형하는
작은 실험실이 된다.
Kafai et al.(2010), Connected Play — 아바타 설계는 정체성 실험의 한 형태.
3. 가상의 타인과의 상호작용 – ‘사회적 자아’의 훈련장
Steinkuehler & Williams(2006) — MMO 환경이 사회적 학습을 촉진.
Subrahmanyam & Šmahel(2011) — 온라인 환경이 사회적 역할 실험의 기회 제공.
MMO나 샌드박스형 게임에서 아바타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도구로 기능한다.
아이는 아바타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협동하고, 때로는 갈등을 경험한다.
이때 형성되는 정체성은 ‘사회적 자아(social self)’ 다.
현실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성격이나 감정을
게임 속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아이가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속에서는
리더 역할을 맡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 경험은 단순한 역할 놀이가 아니라,
“내가 타인 속에서 어떤 존재로 기능할 수 있는가”를 학습하는 사회적 실험이다.
4. 정체성의 분화 – ‘현실의 나’와 ‘디지털의 나’의 경계
Erikson의 자아 정체성 발달 이론 + Turkle(1995) ‘다중 자아 개념’
문제는 아이가 두 자아를 완전히 분리하지 못할 때 생긴다.
현실의 자신과 아바타의 자신이 혼재되면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혼란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디지털 자아 확장기(digital self-extension phase)’ 라 부르며,
Turkle의 “extended self”와 boyd(2014)의 “networked self”의 합
아이들이 여러 정체성을 실험하는 과정 자체가
건강한 자아 발달의 일부라고 본다.
다만 중요한 점은,
그 정체성이 현실과의 균형 속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답을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5. 아바타를 통한 감정 리터러시의 발달
게임 속 아바타는 단순히 행동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감정 리터러시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아이는 캐릭터를 통해 분노, 기쁨, 슬픔,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예를 들어, 아바타가 실패하거나 상처받는 장면을 보며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읽고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현실의 공감 능력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공동 플레이 환경에서
“내가 누군가를 상처 입혔을 때 상대 아바타가 표현하는 감정”을 보는 것은
아이에게 매우 강한 정서적 학습이 된다.
6. 자아의 확장 – ‘플레이 리터러시’의 완성 단계
결국 아바타를 통해 아이는
‘자아’를 읽고, 쓰고, 대화하는 법을 동시에 배운다.
이것이 바로 리터러시의 완성 구조다.
싱글플레이에서는 자신을 읽고,
샌드박스형에서는 자신을 만들고,
MMO에서는 타인 속에서 자신을 조율한다.
Gee(2003) What Video Games Have to Teach Us About Learning and Literacy.
아바타는 그 모든 과정을 연결하는 하나의 언어다.
즉, 아이는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연기하며 배우는 존재’가 된다.
이때 형성되는 리터러시는 단순한 미디어 활용 능력이 아니라,
자기 인식(self-awareness) 과 감정 이해(emotional understanding) 를 포함하는
복합적 사고의 기반이다.
7. 부모와 교사의 역할 – ‘디지털 자아 대화’의 동반자 되기
아이의 아바타 경험을 단순히 게임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자아 발달의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된다.
부모나 교사는 아이가 어떤 아바타를 만들고,
그 캐릭터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통해
아이의 감정 상태나 욕구를 읽을 수 있다.
“너는 왜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어?”
“그 아바타는 어떤 점이 너랑 닮았다고 생각해?”
이런 질문들은 아이가 스스로를 언어화하도록 돕는
작은 리터러시 대화가 된다.
즉, 아바타를 교육적 대화의 창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8. 결론: 또 다른 나를 키운다는 것의 의미
아이는 아바타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만든다.
그 존재는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가상의 실험체다.
그는 가상의 세계에서 용기를 배우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체험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다.
결국 아이가 아바타를 키운다는 것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진짜 나’를 이해하기 위한 탐구다.
아바타 속에서 자라는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아이 자신의 인식과 감정의 깊이다.
플레이 리터러시의 여정은 그렇게,
디지털 세계 속에서 또 하나의 인간을 완성시킨다.
아바타는 아이의 또 다른 자아이자 리터러시 학습의 매개체다.
아이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감정과 정체성을 탐색하며,
자기 이해와 사회적 공감을 동시에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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