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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서로 돌볼 수 있는 사회 | AI 시대 돌봄 시스템의 새로운 기준

📑 목차

    AI 돌봄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며 돌봄의 자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돌봄의 본질은 가족·관계·정서적 상호작용에 기반한 인간 성장 과정이다.

    이 글은 사회 시스템이 돌봄을 대신하기보다, 가족이 서로 돌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왜 교육과 발달의 핵심인지 분석한다.

    또한 AI 시대의 돌봄 정책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가족이 서로 돌볼 수 있는 사회


    1. 돌봄을 시스템화하기 전에,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고 있다

    여기 "플레이리터러시"에서는 아이가 놀이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능력을 말하기도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단독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아이에게 필요한 안정감, 정서적 안전, 관계의 기반은 대부분 가정에서 출발한다.

    최근 AI 기반 돌봄 기술과 교육용 알고리즘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일각에서는 돌봄을 ‘대체 가능한 서비스’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돌봄의 본질은 대체가 아니라 관계의 축적이다.

    사회가 먼저 고민해야 할 질문은 “AI가 돌볼 수 있는가?”가 아니라 “가족이 돌볼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한가?”이다.

    돌봄의 시스템화 논의가 커질수록, 오히려 이 질문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2. 가족 돌봄은 인간 발달의 기본값이다

    발달심리학은 아이가 가장 처음 배우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족 내에서 안정적으로 형성될 때, 정서조절·사회적 신호 이해·자기조절 같은 핵심 능력이 빠르게 자란다고 말한다.

    부모나 조부모의 돌봄은 단순한 양육 활동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감정적 맥락을 읽고 조정하는 복합적 과정이다.

    이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반응’과 다르다. 기술이 정서적 상호작용을 모사할 수는 있지만, 가족만큼 깊은 맥락 이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사회의 목표는 가족의 돌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돌봄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보장하는 데 있어야 한다.

    Bowlby(1969)와 Ainsworth(1978)의 애착 연구는 안정된 가족 관계가 정서조절과 탐색 행동의 핵심 기반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3. 사회 시스템은 돌봄을 ‘직접 제공’하려 하기 전에 가족의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

    맞벌이 고착화,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근무환경은 가족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구조적으로 줄인다.

    이로 인해 사회는 제도적 돌봄을 확대하고, 앞으로는 AI 돌봄을 도입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그러나 이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방식이다.

     

    돌봄의 공백이 기술로 채워질수록 가족이 돌볼 수 있는 여건은 더 약해지고, 돌봄의 주체성은 가정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다.

    우리 사회는 돌봄을 제공하기보다 돌 볼 수 있는 시간을 돌려 주는 것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유연근무, 돌봄 휴가, 가족 중심 근로 정책의 확장은 단순 복지가 아니라 교육적 필수 조건이다.

    시간을 가진 가족이 아이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때, 놀이 기반 발달은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4. 가족이 기능할 때, 제도적 돌봄은 ‘보완물’이 되지만 기능을 잃으면 ‘대체물’이 된다

    돌봄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지만, 돌봄의 중심은 언제나 가정이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관 돌봄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적 장치일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가족 기능이 약화되면 제도적 돌봄이 중심 역할을 떠안게 되고, 이는 아이의 정서적 경험을 구조화된 서비스 형태로 고정시킨다.

    교사 교체, 정책 변경, 프로그램 종료 등은 아이의 관계적 지속성을 흔들 수 있으며, 이는 놀이 중심 학습의 핵심 조건인 정서적 안정감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제도는 가족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기능할 때 함께 작동해야 한다.

    5. AI 돌봄은 돌봄의 ‘외형’을 제공하지만 돌봄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AI 기술은 돌봄에 있어 정서 분석, 맞춤형 대화, 패턴 기반 위로 기능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돌봄의 표면적 구조를 모사하는 과정이다.

     

    AI는 주관적 감정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 주관성에 참여할 수 없고, 관계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에 정서 교환의 순환 구조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돌봄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동으로 감정을 다루는 과정인데, AI는 반응을 계산할 뿐 감정을 가진 상태로 변하지 않는다.

    AI 역시 돌봄을 돕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돌보는 사람을 대체하려 할 수록 아이(뿐 만 아니라 돌봄을 필요로하는 사람)는 ‘예측 가능한 정서’에 익숙해지고, 우발적 상황에서 사회적 판단을 훈련할 기회는 줄어든다.

    Picard(1997)는 AI의 감정 모델이 감정의 예측일 뿐 경험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Turkle(2011)은 기술 의존이 인간 간 정서 교류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6. 이 블로그의 관점에서, 모든 리터러시는 관계 리터러시이며 돌봄은 관계 이해에서 출발한다 

    관계를 매개하는 모든 매체를 이해하는 능력이 바로 리터러시이고,  매체를 필요로하는 본질을 이해해야 매체를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놀이를 통해 배우는 과정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는 놀이 중에 규칙을 조정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타인의 반응을 해석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관계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다루는 모든 리터러시는 결국 관계 리터러시이며, 매체나 기술을 이해하는 일 또한 그 매체가 요구하는 관계적 필요를 이해하는 행위다.

    AI, 디지털 플랫폼, 교육 기술 역시 관계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역할을 대체하거나 강화하는지 파악해야 비로소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돌봄의 핵심은 서비스 제공 방식이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돌봄의 본질이 관계라면, 사회가 해야 할 일도 결국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7. 돌봄은 가족이 하고, 사회는 그 돌봄을 가능하게 만든다

    사회 시스템이 가져야 할 최우선 원칙은 명확하다.

    돌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돌봄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에게 시간을 되돌려주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지역사회가 가족의 돌봄을 지탱하는 구조를 제공할 때, 제도와 기술은 비로소 아이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가 된다.

     

    AI 시대라 할지라도, 인간 성장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돌봄의 중심은 인간이며, 돌봄의 출발점은 가족이다. 모든 리터러시는 이러한 인간 중심성 위에서만 온전히 작동한다.


     

    이 글은 AI 돌봄 시대에 사회 시스템이 돌봄을 직접 제공하기보다, 가족이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교육적·발달심리적 근거를 제시한다.

    가족 돌봄의 지속성, 맥락 이해, 정서적 안정감이 놀이 기반 학습과 플레이 리터러시의 핵심 조건임을 설명하며, AI 돌봄은 돌봄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핵심 키워드는 가족 돌봄, AI 돌봄, 돌봄 시스템, 플레이 리터러시, 정서 발달, 관계 리터러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