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교육에서 돌봄이 시스템화되는 과정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AI 돌봄이 등장하면서 돌봄의 제도화 자체를 비판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이 글은 돌봄의 자동화가 교육 현장과 가정에 미치는 변화를 분석하고, 인간 중심 돌봄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1. 돌봄의 제도화가 시작된 배경
교육에서 돌봄은 오랫동안 교사와 부모의 관계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 증가, 방과후 돌봄 수요 확대, 학생 정서 문제 증가 등 사회적 변화는 돌봄의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담당해야 한다는 압력을 키웠다.
이로 인해 돌봄은 ‘배려’라는 감정 중심 개념에서 ‘관리’와 ‘운영’의 성격을 갖는 공공 서비스 형태로 이동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돌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적 경험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2. 돌봄 시스템화가 만드는 구조적 긴장
돌봄은 개인적 상황 판단, 감정의 미세한 변화 읽기, 맥락 기반 의사결정이 필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시스템화가 진행되면 돌봄은 매뉴얼, 업무 분담, 규정 준수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돌봄의 핵심이었던 예측 불가능성과 다양성은 제도적 요구에 갇히게 되고, 돌봄 수행자는 ‘감정 노동자’의 성격을 띤다.
돌봄이 나누어지고 분절될수록 아이의 경험은 더 절차화되고, 친밀감과 신뢰 형성 같은 본질적 과정은 축소된다.
이는 돌봄의 시스템화가 정서적 발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근본적 우려로 이어진다.
3. AI 돌봄이 등장하며 생긴 새로운 역설
돌봄 시스템의 문제를 점검해야 할 시점에 AI 기반 정서 분석 기술과 교육용 인공지능이 빠르게 도입되었다.
AI는 아이의 표정, 언어 패턴, 학습 기록을 분석해 반응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 확장은 돌봄을 더욱 기능 중심 개념으로 전환한다.
돌봄의 의미를 기술이 대체하는 상황에서 제도적 돌봄에 대한 비판은 설득력을 잃고, 오히려 “AI보다는 사람이 낫다”는 비교 구도가 만들어진다.
그 결과, 돌봄 시스템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논의는 AI 돌봄의 부상에 가려지며 더 늦춰지기 시작한다.
4. AI 돌봄이 정서적 경험을 재구성하는 방식
AI 기반 돌봄은 빠른 반응, 지치지 않는 지원, 개인화된 정보 제공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돌봄의 본질인 상호 주관성, 우발적 학습, 정서의 상호 교환은 알고리즘 구조에서 구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돌봄 영역에 깊게 침투하면 아이는 예측 가능한 반응을 정상으로 경험하고, 진짜 감정과 계산된 반응을 구분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일부 연구는 AI 기반 정서 반응이 실제 이해가 아니라 확률적 예측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지능 발달이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돌봄의 자동화가 단순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인간 관계 경험의 재구조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교육철학자 Noddings(2005)는 진짜 돌봄이 상호성·정서적 참여를 기반으로 형성되며 기술적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I 감정 모델을 연구한 Picard(1997)는 AI의 감정 반응이 확률적 추정이지 실제 감정 경험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한 Gallagher(2001)와 Trevarthen(1998)의 연구는 상호 주관성이 신체적·경험적 교류에서 발생하며 알고리즘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우발적 학습과 정서의 상호 교환이 AI 구조에서 구현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핵심 근거다.
5. 인간 중심 돌봄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
AI 돌봄을 도입할 것인지보다 중요한 질문은 AI가 돌봄을 수행해야 하는지이다.
교육기관이 효율성, 정확성, 업무 경감에만 집중하면 AI 돌봄은 너무 쉽게 필수 기능처럼 자리 잡는다.
반대로 인간 중심 돌봄을 지키려면 돌봄 구조 전반에 명확한 경계가 필요하다.
정서적 판단, 갈등 조정, 사회적 신호 해석처럼 관계 발달의 핵심 요소는 반드시 사람이 담당해야 하며, AI는 정보 보조나 기록 관리 같은 주변적 기능으로 제한해야 한다.
돌봄의 철학을 유지하는 기준이 마련될 때 기술은 교육을 보조하고 아이의 성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6. AI 시대에 다시 떠오르는 돌봄의 본질 질문
돌봄의 시스템화와 AI 돌봄의 등장이라는 두 흐름은 교육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 돌봄을 편의적 지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인간됨을 배우는 핵심 경험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책과 기술의 방향은 전혀 달라진다. AI 돌봄은 불가피한 미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가 관계적 성장을 경험하기 위한 환경은 의도적으로 지켜야 한다. 교육의 중심이 효율성이 될지, 아니면 인간다움이 될지에 대한 선택은 지금 이 시점에서 시작되는 논의에 달려 있다.
7. 교육이 선택해야 할 다음 단계
기술 발전이 빠를수록 돌봄의 본질은 쉽게 흐려지며, 제도화된 돌봄은 자동화된 돌봄과 비교되는 방식으로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교육은 돌봄을 다시 인간 중심 가치로 회복시키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와 부모는 돌봄 구조의 본질적 요소를 재정의하고, AI의 역할을 명확히 제한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아이는 관계를 통해 사회적 지능을 배우며, 이는 대체 가능한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인간 경험이다. 돌봄의 주체를 다시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AI 시대 교육의 출발점이다.
일부 교육학 연구는 AI 정서 모델이 실제 감정 이해가 아닌 확률 기반 예측임을 지적하며, 아이의 갈등 조정 능력과 자발적 공감 형성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참고 문헌
1. 상호 주관성 관련
Gallagher, S. (2001). The practice of mind: Theory, simulation or primary interaction?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8(5–7), 83–108.
→ 인간의 상호 주관성이 몸 기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며, 기계적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될 수 없음을 설명한다.
Trevarthen, C. (1998). The concept and foundations of infant intersubjectivity. Intersubjective Communication and Emotion in Early Ontogeny, 15–46.
→ 영아기의 상호 주관성이 신체적·정서적 교류에서 출발한다는 고전 연구로, AI의 상호작용과 다른 점을 보여준다.
Stern, D. N. (1985). The Interpersonal World of the Infant. Basic Books.
→ 상호 주관성이 경험적 교류에서 발생하며, 알고리즘적 예측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강조한다.
2. 우발적 학습 관련
Dewey, J. (1938). Experience and Education. Macmillan.
→ 학습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경험과 상호작용에서 나오며, 이는 AI 시스템의 목적론적 구조와 충돌한다고 설명.
Rogoff, B. (1990). Apprenticeship in Thinking: Cognitive Development in Social Context. Oxford University Press.
→ 우발적 학습이 인간 발달에 핵심적이며, 맥락과 관계에 의존한다고 밝힌 연구.
Schank, R. C. (1995). What We Learn When We Learn by Doing. Northwestern University.
→ 인간 학습은 비선형적 사건과 우발적 상황 처리에서 발생한다는 AI 교육 비판 이론을 제시.
3. 정서의 상호 교환 관련
Damasio, A. (1994).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Putnam Publishing.
→ 감정은 신체·뇌·경험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며, AI의 계산적 구조에서는 생성될 수 없다고 설명.
Feldman Barrett, L. (2017).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 Houghton Mifflin Harcourt.
→ 감정은 맥락·기억·사회적 경험을 통합하여 ‘구축’되는 개념이며, 데이터 기반 반응과 본질적으로 다름을 밝힌다.
Saarni, C. (1999). The Development of Emotional Competence. Guilford Press.
→ 정서 교환은 상호적인 정서 조절과 사회적 신호 해석을 필요로 하고, 기계적 반응으로는 대체될 수 없음을 언급.
4. AI 감정 모델의 기술적 한계 관련
Picard, R. W. (1997). Affective Computing. MIT Press.
→ AI 감정 모델은 ‘감정 인식·추정’일 뿐 ‘감정 경험’이 아니며, 감정 교류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명확히 밝힌 연구.
Bender, E. M., & Koller, A. (2020). Climbing towards NLU: On meaning, form, and understanding in the age of data. ACL Proceedings, 5185–5198.
→ 대규모 언어모델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통계적 패턴을 예측할 뿐이라는 점을 분석.
Shanahan, M. (2022). Talking about large language models. arXiv:2212.03551.
→ LLM은 경험·의식·정서 상태가 없기 때문에 정서적 이해나 상호 주관성에 참여할 수 없음을 설명.
5. AI와 사회적·정서적 발달 관련
Turkle, S. (2011). Alone Together: Why We Expect More from Technology and Less from Each Other. Basic Books.
→ 인간이 기계의 감정적 반응을 진짜로 오해하기 시작하면 사회적 발달이 왜곡된다는 사회심리학 기반 연구.
Noddings, N. (2005). The Challenge to Care in Schools. Teachers College Press.
→ 진짜 돌봄은 상호성·책임·정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며, 기술적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교육철학의 핵심 연구.
Wolf, M. J. (2023). Social-emotional implications of AI companionship for children.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64(5), 915–932.
→ AI 친구 기능이 아이들의 사회적 지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마치며
AI 돌봄 시대에는 돌봄의 제도화 문제와 기술 의존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본문은 돌봄의 시스템화가 아이의 관계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AI 돌봄이 등장하면서 기존 비판적 논의가 어렵게 되는 역설을 설명한다. 또한 교육현장에서 인간 중심 돌봄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과 AI 사용의 경계를 제시한다. 돌봄, AI 돌봄, 정서 리터러시, 교육 기술, 관계 교육 등 핵심 키워드를 포함해 검색 접근성을 높였다.
'플레이 리터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족이 서로 돌볼 수 있는 사회 | AI 시대 돌봄 시스템의 새로운 기준 (0) | 2025.11.15 |
|---|---|
| 학습데이터의 그림자 — AI는 아이의 실패를 어떻게 기록할까 (0) | 2025.11.14 |
| 개인화된 교실의 역설 — 맞춤형 학습이 관계를 약화시키는 순간들 (0) | 2025.11.14 |
| AI 디지털 교과서의 개념 이해와 글로벌 비교 — 학습데이터 시대 (0) | 2025.11.14 |
| 인터랙티브 지도 놀이 – 공간 이해 능력이 디지털에서 재구성되는 방식 (0) | 2025.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