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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개인화 학습은 효율을 높이지만, 교실에서 또래와 함께 배우는 관계적 경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글은 개인화된 교실의 역설을 다루며, 학습의 사회적 가치와 교사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AI 맞춤형 학습의 개념 이해 — 개인화가 약속하는 ‘효율’의 그림자
AI 기반 학습 도구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수준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학습 경로”를 제안한다.
겉으로 보기엔 훌륭한 시스템처럼 보인다. 빠르게 배우는 아이는 확장학습을,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는 기초복습을, 모두가 자신의 속도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화의 ‘효율’ 뒤에는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있다.
학습은 혼자만의 활동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이라는 점이다.
플레이 리터러시 관점에서 보면, 놀이는 타인과 부딪히며 규칙·감정·협력을 배우는 과정이다.
학습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학생을 “각자의 길”로 안내할수록,
그 길 위에서 서로를 만나기 어려워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개인화의 역설 — 배움의 분리와 관계의 약화
AI 디지털 교과서, 적응형 플랫폼, 개별 경로 추천 시스템이 확산될수록 교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1) 맞춤형 학습이 만든 학습의 단절
AI는 학생의 수준을 기준으로 “당신은 이 문제”, “당신은 저 문제”를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은 학급 안에서도 학습 내용과 속도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 누군가는 이미 ‘심화 3단계’
- 누군가는 아직 ‘기초 개념’
- 누군가는 다른 AI 피드백을 받고 있음
그 결과 “같은 수업”을 듣고 있어도 서로의 경험이 공유되지 않는다.
또래와 함께 같은 난관을 넘어가는 경험이 줄어들고, 서로 배우거나 도와주는 순간도 감소한다.
2) 교실이 조용해지지만, 대화가 사라지는 방향
개인화 학습 환경에서 교실은 종종 이렇게 묘사된다.
“아이들은 조용히 각자의 태블릿을 보고 있고, 교사는 화면을 오가며 모니터링한다.”
겉보기엔 집중 학습 같지만, 실은 학습의 사회적 맥락이 약해진 상태다.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고, 실수에 웃고, 해결법을 공유하는
‘관계 기반 학습의 순간’이 줄어든다.
AI는 학생에게 1:1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지만,
아이들끼리 만들어내는 관계적 피드백을 대신할 수는 없다.
3) 상호작용 없는 참여는 참여가 아니다
학습 몰입은
- 교사와의 상호작용,
- 또래와의 협력,
- 공동 과제,
- 감정적 지지
같은 사회적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개인화는 참여를 “개인 화면 속 활동”으로 축소하기 쉽다.
이는 특히 학습 동기가 관계 기반으로 형성되는 학생들에게 타격이 크다.
개인화의 기술적 진전이
관계의 빈 자리를 남기는 순간이다.
플레이 리터러시 관점 — 배움은 본질적으로 함께하는 놀이
플레이 리터러시는 놀이를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은 놀면서 규칙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의도를 읽으며, 갈등을 해결한다.
이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AI 개인화가 가져오는 문제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잠식 문제이다.
학습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교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이 타인과 소통하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장(場)이다.
개인화를 중심으로 설계된 학습 환경은
이 ‘사회적 장’을 무의식적으로 축소시키며,
그 과정에서 학습의 서사가 약해진다.
교육 현장에서의 의도치 않은 결과 — 교실 구성원의 역할 변화
AI가 학습 경로를 안내하면서 교실에서는 미묘한 권력 이동이 발생한다.
1) 학생의 위치
학생은 더 수동적일 수 있다.
AI가 제시한 학습 경로를 따라가며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구조화하는 경험이 줄어든다.
2) 교사의 위치
교사는 학습 설계자로서의 권한 일부를
AI에게 넘기게 된다.
그 결과 교사는 때때로 모니터링 관리자 역할로 이동한다.
3) 또래 관계
“각자의 길”을 걷는 학생들에게
협력의 기회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학급 공동체의 경험이 약해지며,
“같은 것을 함께 배웠다”는 기억이 사라진다.
AI는 개인화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역설을 생산한다.
개인화 시대의 교실 재설계 — 기술의 이득과 관계의 가치를 함께 지키려면
개인화는 필요하고 유용하다.
그러나 학습은 관계적이라는 사실을 잊은 개인화는 오히려 학습을 가난하게 만든다.
교실이 잃지 말아야 할 것
- 공동 과제
- 느린 학생을 기다리는 경험
- 빠른 학생의 설명 경험
- 함께 웃고 아는 척하고 실수하는 순간
- 서로의 지식을 엮는 의사소통
- 교사-학생 간의 상호작용
이 모든 것은 AI로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화”는 관계 기반 학습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마무리 — AI의 판단은 누구에게, 그리고 교사는 어디에 있는가
이번 글에서 우리는 개인화가 가져오는 역설을 살펴보았다.
AI는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길이 학생끼리 서로를 잃게 만들지는 않는가?
또한,
AI가 제시한 피드백은 학생·학부모·교사·플랫폼 업체 중 어디까지 공유되는가?
이 질문은 개인화 교실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AI가 판단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육에서 판단과 해석과 안내는 원래 교사의 본질적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 글에서도 교사의 존재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 사실은 우리에게 묻는다.
“AI 개인화의 시대에,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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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개인화 학습·AI 우려 관련 참조 문헌
Merino-Campos, C. (2025).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personalized learning in higher education: A systematic review. Trends in Higher Education, 4(2), 17.
Mimoudi, A. (2024). AI, personalized education, and challenges. In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IC AIR) (Vol. 4, Book 1, Article 3133).
또래 학습(피어 러닝) 효과 관련 참조 문헌
Topping, K. J. (2005). Trends in peer learning: Educational psychology. Educational Psychology: An International Journal of Experimental Educational Psychology, 25(6), 631–645.
Shao, Y., et al. (2024). How peer relationships affect academic achievement among junior high school students. BMC Psychology, 12(1), Article ? [specific article number not provi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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